1.아비시니안 고양이(Abyssinian Cat)
아비시니안 고양이를 처음 본 사람은 아마 ‘이 고양이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아비시니안은 이집트 벽화나 고대 조각 속에서나 나올 법한, 날렵하고 고귀한 자태를 지닌 고양이죠. 실제로도 ‘파라오의 고양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고대 이집트와의 연결고리가 자주 언급되며, 그 우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단연 돋보입니다.
아비시니안이라는 이름은 과거 ‘아비시니아’라고 불리던 지금의 에티오피아에서 따왔는데 19세기 중반, 영국 병사들이 에티오피아 전쟁에서 돌아오며 데려온 고양이가 아비시니안의 시초라는 이야기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고양이는 ‘줄라(Zula)’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1871년 런던의 고양이 박람회에 등장했다는 기록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DNA 분석 결과 아비시니안의 유전적 뿌리는 이집트나 동아프리카보다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해안 지역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아비시니안의 정확한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지만, 그 미스터리조차 이 고양이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이며 어떤 역사를 가졌든, 아비시니안은 고대에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 특징
아비시니안의 외모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야생적인 우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쭉한 몸과 팔다리, 아몬드 모양의 커다란 눈, 커다란 귀, 윤기 흐르는 짧은 털까지 마치 정글에서 방금 뛰쳐나온 야생 동물이자, 동시에 왕궁의 융단 위를 걷는 귀족처럼 보입니다.
털 색은 ‘루디(Ruddy)’라고 불리는 기본 색을 중심으로 블루, 퍼니(Punny), 소렐(Sorrel) 등 다양한 색조가 있으며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2중 혹은 3중으로 색이 섞인 ‘틱킹(ticking)’ 패턴인데 이는 한 올의 털에 여러 색이 층층이 들어간 것으로, 햇빛에 비췄을 때 황금빛으로 반짝이며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아비시니안의 체형은 슬림하지만 근육질이며 날렵하게 뛰고 매끄럽게 움직여 고양이 특유의 유연함과 균형 감각이 매우 뛰어나 단순히 ‘예쁜’ 고양이를 넘어, 기능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신체 구조를 지녔습니다.
3. 성격과 습성
외모만 보면 얌전하고 고상할 것 같지만, 아비시니안의 성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고양이는 그야말로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즐기는 ‘액티브형 고양이’입니다. 항상 주변을 탐색하고,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긴 만큼 집 안에서의 놀이도 매우 중요하며 단순한 장난감 하나만 던져줘서는 금방 싫증을 냅니다. 점프할 수 있는 공간,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 캣타워, 다양한 자극을 주는 장난감들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아비시니안은 사람과의 교감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는데 어떤 고양이들은 독립적이고 무심한 반면, 아비시니안은 반려인의 손길이나 말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옆에 와서 무언가를 같이 하려는 경향이 있어 이들은 사람의 활동에 끼어들기를 좋아하고, 마치 강아지처럼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다만, 독립적인 시간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며 사람을 좋아하지만, 품에 안기거나 지나치게 안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무릎에 올라오기보다는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서 일종의 ‘쿨한 애정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비시니안은 지능이 매우 높은 고양이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을 여는 법, 서랍을 여는 법 등을 금세 터득하며, 간단한 트릭(앉기, 손 주기 등)도 학습할 수 있지만 똑똑하다는 건 곧 ‘심심한 걸 못 견딘다’는 뜻이기도 하며 지루하면 말썽을 부리거나, 스스로 놀이거리를 만들어내는데, 그 놀이가 꼭 사람 입장에선 바람직하진 않을 수 있습니다. 식탁 위의 컵을 떨어뜨린다든가, 고양이용이 아닌 물건에 관심을 가진다든가 하기 때문에 아비시니안과 함께 살기로 했다면,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고양이에게도 지능적 자극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돼서 고양이용 퍼즐 장난감, 간식 숨기기, 터널 놀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호기심을 채워줘야 합니다.
아비시니안은 고양이 중에서도 특히 매혹적인 존재로 외모만으로도 눈을 사로잡지만, 진짜 매력은 그 생기 넘치는 성격과 영리함에 있으며 다소 활동적인 성격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만큼 보람 있고 살아 있는 듯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고양이기도 합니다. 조용한 애묘인을 원한다면 다소 도전적일 수 있지만, 서로를 자극하며 함께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아비시니안은 정말 멋진 반려가 되어줄 것입니다.